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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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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의 언어 상황

아랍어는 아프리카 서북부에서 아라비아반도 동쪽 끝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분포한 26개 국가의 공용어로서 3억이 넘는 인구가 모어로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에서 쓰는 여섯 개 공식 언어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며 세계 주요 종교 가운데 하나인 이슬람교의 언어이기 때문에 아랍어권 밖의 이슬람교 문화권에서도 아랍어와 아랍 문자가 친숙한 경우가 많다.

계통을 따지면 아랍어는 아프리카·아시아어족의 한 갈래인 셈어파에 속한다. 셈어파는 아랍어 외에도 오늘날 국가공용어로 쓰이는 암하라어(에티오피아), 티그리냐어(에리트레아), 히브리어(이스라엘), 몰타어(몰타)를 비롯하여 역사적으로 중요한 언어였던 아카드어(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아카드·바빌로니아·아시리아), 아람어(고대 신아시리아 제국 때부터 중세 이슬람 제국 때까지 레반트·메소포타미아 지역 대부분), 게에즈어(고대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의 악숨 왕국) 등을 포함한다.

아랍어는 원래 아라비아반도와 그 바로 북쪽의 시리아 사막에서 쓰이던 셈어파 언어 가운데 하나였는데 7세기에 일어난 이슬람교를 통해 세력이 크게 확장되었다. 이슬람 제국의 활발한 정복 활동을 통해 아라비아반도 전역과 메소포타미아, 레반트, 이집트에 퍼지면서 아람어를 대신하여 서남아시아의 주요 언어가 되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 지중해의 시칠리아섬에도 전해졌다. 이후 이베리아반도와 시칠리아섬에서는 밀려났지만 시칠리아섬에서 쓰이던 아랍어는 근처의 작은 섬나라 몰타에서 오늘날에도 영어와 함께 공용어로 쓰는 몰타어로 이어진다. 중세 이후에도 아랍어는 모리타니 및 수단 지역으로 세력을 넓혀 오늘날 볼 수 있는 분포를 이루었다.

문어체 아랍어와 구어체 아랍어

아랍어는 한편으로는 이슬람교의 경전 쿠란을 비롯한 초기 이슬람 제국 시대 문서에 기록된 7~9세기의 고전 아랍어와 이를 토대로 한 현대 표준 아랍어를 포함하는 문어체 아랍어,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과 집단마다 다르게 쓰는 구어체 아랍어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고전 아랍어 시대에 사용 지역이 급속도로 팽창하여 현재와 비슷한 분포를 이룬 후 천 년 넘게 지나는 동안 각 정복지에서 원래 쓰던 언어 대신 아랍어를 쓰는 인구 비율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각 지역과 집단이 쓰는 말씨는 이전에 쓰던 언어의 영향과 자연스러운 언어의 변화를 통해 고전 아랍어와 상당히 달라졌는다. 그런데도 글로 쓸 때는 지역과 집단에 상관없이 고전 아랍어에 가까운 하나의 표준으로 유지하려니 아랍어권에서 언문의 불일치는 상당히 심하다. 나라마다 공통된 공용어로 쓰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문어체 아랍어인 현대 표준 아랍어이지만 이를 모어로 쓰는 이는 없고 일상적으로는 각자의 구어체 아랍어를 쓴다. 하지만 문어체 아랍어라고 해서 글로만 쓰는 것은 아니다. 연설이나 뉴스 보도 등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는 현대 표준 아랍어로 말한다. 서로 다른 구어체 아랍어를 쓰는 이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현대 표준 아랍어로 말하기도 한다.

구어체 아랍어는 크게 이집트 서쪽의 리비아 사막을 기준으로 서쪽에서 쓰이는 마그레브(Maghreb, 모로코 구어체 아랍어: l-Maghrǝb المغرب) 아랍어와 동쪽에서 쓰이는 마슈리크(al-Mashriq المشرق) 아랍어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크며 각각 여러 방언으로 나뉜다. 현대 표준 아랍어도 지역에 따라 구어체 아랍어의 영향을 받아 발음이 다소 차이가 난다. 특히 차용어나 다른 언어에서 온 고유 명사의 발음은 현대 표준 아랍어에서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현대 아랍어권 인명과 지명은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기준으로 한 통용 로마자 표기로 알려진 것이 많다. 특히 북아프리카에서는 아랍어 철자마저 보통 구어체 아랍어를 따른다. 예를 들어 고전 아랍어식 이름으로 현대 문어체 아랍어로는 보통 ʾAbū Ṭālib أبو طالب로 적는 이름을 현지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기준으로 Būṭālǝb بوطالب‎로 적고 프랑스어식 통용 로마자 Boutaleb로 적는 식이다. 현대 표준 아랍어로 말할 때도 구어체 아랍어 발음 Būṭālǝb를 그대로 쓰거나 특히 다른 구어체 아랍어를 쓰는 화자가 이를 발음하는 경우 구어체 아랍어대로 쓴 철자를 존중하되 최대한 문어체 아랍어식으로 바꾸어 Būṭālib로 발음할 수 있다. 그러니 구어체 아랍어식 이름이라도 문어체 아랍어 발음에 따라 표기하는 것을 고집한다면 ‘부탈리브’로 쓸 수 있다.

하지만 베르베르어에서 ‘벽안의 인물’을 뜻하는 Aẓerwal /azˤǝrwal/에서 나오고 프랑스어식 통용 로마자 Zéroual로 적는 이름 Zǝrwāl زروال‎과 같이 고전 아랍어에서 나온 이름이 아닌 경우에는 문어체 아랍어 발음을 따지기가 어렵다. 베르베르어 모음 e /ǝ/를 북아프리카 구어체 아랍어에서는 그대로 /ǝ/로 발음하지만 문어체 아랍어에는 이 모음이 없다. 베르베르어에서 ẓ /zˤ/를 접하는 e /ǝ/의 변이음을 고려할 때 문어체 아랍어 모음 가운데는 a /a/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보고 가장 적합한 문어체 아랍어식 발음은 Zarwāl ‘자르왈’로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름이 나올 때마다 이렇게 일일이 따져야 한다면 표기를 통일하기가 어려워진다. 현대 인명과 지명을 문어체 아랍어 형태를 기준으로 적으려고 한다면 이와 같은 난점이 수두룩하다. 그러니 문어체 아랍어만을 기준으로 한글 표기를 통일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로마자로 널리 통용되는 형태와 큰 차이가 없도록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참고하여 표기를 정하는 것이 좋다. 이에 따라 Būṭālǝb/​Boutaleb는 ‘부탈레브’, Zǝrwāl/​Zéroual은 ‘제르왈’로 적는 것이 무난하다. 통용 로마자 표기는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따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모로코 아랍어 발음 l-Maghrǝb를 따른 프랑스어명 ​Maghreb에서 온 ‘마그레브’와 같이 기존 표기 용례 중에도 이미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따른 것이 많다.

그렇다고 구어체 아랍어 발음만 가지고 한글 표기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 인명과 지명을 비롯하여 이슬람교 관련 용어처럼 아랍어권에 공통된 말은 문어체 아랍어 발음을 기준으로 알려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들을 한글로 체계적으로 표기하려면 문어체 아랍어의 한글 표기 기준부터 우선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 인명과 지명을 표기할 때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참고하도록 하더라도 문어체 아랍어의 한글 표기 기준을 먼저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경우에 맞게 부분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문어체 아랍어 발음과 비슷한 옛 아랍어 발음이 지역마다 변화를 겪으면서 분화한 결과가 오늘날 쓰이는 구어체 아랍어 발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어체 아랍어 발음은 문어체 아랍어 발음에 일정한 규칙을 적용한 결과로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 문어체 아랍어의 한글 표기 기준부터 제대로 세운 다음 구어체 아랍어 발음을 참고한 한글 표기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번에 공개하는 표기안은 단순히 ‘아랍어의 한글 표기’가 아니라 ‘문어체 아랍어의 한글 표기’라고 적용 범위를 명시했으며 표기 용례집도 문어체 아랍어에 따라 표기하는 것이 적합한 역사 인명과 지명, 아랍어권 공통 어휘를 중심으로 마련했다.

아랍어와 다른 언어의 관계

아랍어 하나만 공용어로 쓰는 나라도 있지만 나라에 따라서 프랑스어(차드, 지부티, 코모로), 베르베르어(모로코, 알제리), 영어(수단), 소말리어(소말리아), 코모로어(코모로), 히브리어(이스라엘), 쿠르드어(이라크) 등과 함께 아랍어를 공용어로 쓰기도 한다. 공용어 지위가 없는 소수 언어까지 합치면 아랍어권의 언어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그러니 아랍어권에서 쓰이는 고유 명사 가운데는 원래 아랍어가 아니라 쿠르드어, 아람어, 아르메니아어, 현대 남아라비아어, 콥트어, 누비아어, 베자어, 소말리어, 아파르어, 베르베르어, 그리스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등 다른 언어에서 온 것이 많다.

반대로 보스니아어, 페르시아어, 하우사어, 스와힐리어, 우즈베크어, 우르두어, 말레이어 등 아랍어권 밖에서 쓰이는 다양한 언어에서 아랍어에서 들어온 고유 명사를 많이 쓴다. 이들 가운데 보스니아어는 세르보크로아트어의 일부로서, 말레이어는 말레이인도네시아어의 일부로서 외래어 표기법에서 이미 표기를 다룬다. 중세 이슬람의 황금 시대에 활약한 여러 인물 가운데는 페르시아어나 튀르크어를 쓰는 이란이나 중앙아시아 출신이면서 아랍어로 저술 활동을 하여 이름이 아랍어식으로 전해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랍어의 한글 표기는 다른 언어의 한글 표기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외래어 표기법이라는 큰 틀에서 다른 언어의 한글 표기와 조화를 이루도록 아랍어의 한글 표기를 정해야 한다. 혹자는 아랍어의 한글 표기는 아랍어 전문가에게 맡기고 이를 따르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랍어 전문가라고 해도 외래어 표기법을 잘 알지 못한다면 아랍어의 한글 표기를 다른 언어의 표기 방식과 상충되게 정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자칫하면 외래어 표기법의 주된 수요층인 아랍어를 잘 모르는 일반 언중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정하기보다는 아랍어 강세 자음이나 겹자음 구별 등 아랍어의 음운 구조를 그대로 한글로 복제해서 나타내려는 것과 같이 아랍어 구사자 위주로 표기를 정하기 쉽다. 이런 문제점은 최근의 아랍어 한글 표기 시도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아랍어 한글 표기 시도

1986년 외래어표기법이 제정된 이래 아랍어의 한글 표기는 대체로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에 실린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을 따랐다. 하지만 로마자나 한자가 아닌 제3의 문자인 아랍 문자를 쓰는 언어인만큼 한글 표기를 체계적으로 통일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용례집에 실린 아랍어권 인명만 봐도 Mahomet ‘마호메트’ 또는 Mohammed ‘모하메드’, Othman ‘오트만’ 등 문어체 아랍어의 Muḥammad محمد ‘무함마드’, ʿUthmān عثمان ‘우스만’과는 차이가 나는 통용 로마자 표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특히 중세 라틴어 Mahometus에서 온 Mahomet는 20세기에 들어서 Mohammed와 Muhammad에 차례로 추월당했으며 이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구식 표기이다.1 이 용례집에서는 또 오만의 수도를 영어명 Muscat에 기타 언어 표기의 일반 원칙을 적용하여 ‘무스카트’라고 썼는데 이는 영어로 [ˈmʌsk.æt] ‘머스캣’이란 발음을 나타내는 영어식 철자이고 문어체 아랍어로는 Masqaṭ مسقط이니 ‘마스카트’라고 쓰는 것이 원 발음에 가깝다.

국립국어원은 2005년 12월 28일 포르투갈어, 네덜란드어, 러시아어 외래어 표기법을 고시하면서 2006년 안에 그리스어, 아랍어, 터키어에 대한 표기법도 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2 2007년 8월에는 이르면 그달 안에 이들 3개 언어의 표기법을 고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3 그러나 2020년 현재 아직도 정식으로 고시되지 않고 있다. 대신 당시 마련된 표기 시안(이하 ‘국어원 시안’)은 현재 국립국어원에서 내부적으로 이들 언어의 표기를 심의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2018년에는 한국아랍어·아랍문학회 등이 참가한 아랍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아랍어 한글 표기법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이 권고안(이하 ‘학회 권고안’)은 여러 면에서 전에 마련되었던 국어원 시안과 골격을 같이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다른 것이 있다. 아직까지 국립국어원에서는 아랍어 표기 심의에 학회 권고안을 반영하지 않고 기존 국어원 시안을 따르고 있다.

문제는 국어원 시안과 학회 권고안 모두 기존의 외래어 표기법에서 써온 방식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아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어원 시안에서는 아랍어의 q ق를 ‘ㄲ’으로 적도록 하고 있어 파열음(폐쇄음)을 된소리로 적지 않는다는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있다. 학회 권고안에서는 국어원 시안에서처럼 q ق를 ‘ㄲ’으로 적는 것은 물론 ṭ ط를 ‘ㄸ’으로, ṣ ص를 ‘ㅆ’으로 적도록 하여 된소리 표기를 더욱 늘렸다.

거기다가 겹자음을 무조건 한글 표기에서도 해당 자모를 겹쳐 적는 것으로 흉내내게 하고 어말의 b ب를 받침 ‘ㅂ’으로 적는 등 기존 표기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정한 부분이 많다. 그리하여 국어원 시안을 적용하면서부터 심의된 아랍어 표기 용례는 그 전의 표기 용례와 달라진 것이 많은데 언어 생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되레 불편함을 끼친 것이 아닌지 살필 필요가 있다. 그러니 국어원 시안 또는 학회 권고안이 고시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아랍어의 한글 표기에 대한 국어원 시안 및 학회 권고안에 따라 이를 수정한 것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후자는 수정한 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이들은 2018년 9월 5일 국립국어원에서 전자우편으로 받은 내용을 따른 것으로 학회 권고안에 따라 국어원 시안을 수정한 것은 학회에서 준비한 것인지, 아니면 학회에서 다른 형식으로 권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어원에서 준비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1.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 서적에서 쓰이는 로마자 표기 Mahomet, Mohammed, Muhammad 등의 로마자 표기의 시대에 따른 사용 빈도 변화는 Google Ngram Viewer에서 검색하여 확인할 수 있다.
  2. 임종업. 〈포르투갈어 등 3개언어 새 표기법 마련〉. 《한겨레》. 2006년 1월 8일 등록, 2019년 8월 31일 접속.
  3. 정현상. 〈사담? 삿담? 압달라히? 압둘라? 수퍼? 슈퍼? 귀도 헷갈리네〉. 《주간동아》. 2007년 8월 1일 등록, 2019년 8월 31일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