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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어 개관

Contents

라오스의 언어 상황

라오스의 공용어인 라오어는 크라·다이(Kra–Dai)어족 따이(Tai)어파 서남따이어군에 속한다.1 같은 서남따이어군에 속한 타이어와는 상당 부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비슷하다. 특히 라오스에 면한 타이의 동북 지방에 해당하는 이산(Isan อีสาน)주에서 쓰이는 방언은 언어학적으로는 타이어가 아니라 라오어 방언에 속한다.

2005년도 인구 통계에 의하면 라오스 인구의 55%가 라오어를 모어로 쓰는 라오족이며 11%는 남아시아어족에 속하는 크무어를 쓰는 크무족(Khmu), 8%는 몽·몐어족에 속하는 몽어를 쓰는 몽족(Hmong)이고 그 밖에도 각자의 언어를 쓰는 다양한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그러나 유일한 공용어가 라오어인만큼 라오스 인명과 지명은 보통 라오어 형태로 알려져 있으며 소수 언어 가운데는 라오 문자를 쓰는 것도 많다.

라오어의 방언 수는 학자에 따라 세 개에서 다섯 개 정도로 보며 그 가운데 수도인 비앙짠에서 쓰이는 방언이 표준 방언에 가장 근접한 역할을 한다. 방언에 따라 발음에 차이가 있어서 일례로 비앙짠 방언에서는 ໃ◌가 ໄ◌처럼 [aj] ‘아이’로 발음되지만 루앙프라방에서 쓰이는 북부 방언에서는 ໃ◌가 [aɰ] ‘아으’로 발음되며 후아판에서 쓰이는 동북 방언에서는 ໃ◌가 [ɯ] ‘으’로 발음되어 ໄ◌ [aj] ‘아이’와 발음 구별이 있다. 하지만 표준 라오어 철자 및 로마자 표기는 대체로 비앙짠 발음을 따르며 라오어 음운체계에 관한 대부분의 묘사는 비앙짠 발음에 대한 것이다.

라오어와 기타 언어의 관계

라오 문자와 타이 문자 둘 다 따이족이 들어오기 전부터 인도차이나반도에 살고 있던 남아시아어족 화자들이 쓰던 크메르 문자 또는 몬 문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서로 상당히 닮았다. 크메르 문자와 몬 문자는 인도에서 전해진 브라흐미 계통 문자이다. 하지만 오늘날 타이 문자는 타이어에서 쓰이지 않는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 발음도 모두 나타낼 수 있는 글자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자음 글자가 43자인데 비해 라오 문자는 자음 글자 27자만을 쓴다. 타이 문자는 전통적으로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를 기록하는데도 쓰였으며 20세기 초에는 이것이 체계화되어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의 원 철자와 일대일 대응이 가능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반면 라오 문자는 전통적으로 라오어로 된 세속 문학에만 쓰였고 팔리어 불교 경전을 비롯한 종교 문학은 라오 문자 대신 탐(Tham ທັມ ‘다르마’) 문자로 기록했기 때문에 라오 문자는 대체로 라오어에서 쓰이는 발음 구별만을 나타낸다. 라오 문자로도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발음을 모두 나타낼 수 있도록 글자를 추가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라오스의 언어 정책은 결국 타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발전했다.

타이어 철자는 원어의 철자를 충실히 나타낼 수 있는 글자를 활용하여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 계통 어휘를 최대한 어원을 밝혀 적는 반면 라오어는 어원보다는 발음에 충실하게 적는 쪽을 택하여 철자와 발음의 관계가 매우 단순화되었다. 특히 1975년 왕정이 폐지되고 공산 정권이 들어서면서 철저히 라오어 발음을 기준으로 하는 급진적인 철자 개혁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타이어는 철자만 보고 발음을 제대로 알기가 어려운 반면 라오어는 철자만 봐도 대체로 발음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인도에서 쓰였던 인도·유럽어족 인도어파 언어인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는 원래 인도 문명, 특히 불교의 전파를 통해 동남아시아에 소개되었다. 라오어와 타이어에서는 예전부터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를 많이 차용했을 뿐만이 아니라 근대에 들어온 새로운 문물과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어휘를 많이 활용했다. 그래서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계통 어휘는 이들 언어에서 한국어의 한자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한글 표기의 대상이 되는 라오어와 타이어의 고유명사 가운데도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계통 어휘를 조합한 것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라오어와 타이어를 포함한 서남따이어군의 공통 조어는 원래 중국 남부에서 쓰였기 때문에 인접한 중국어계 언어의 어휘를 많이 받아들였다. 중세에 따이어 화자들 일부가 인도차이나반도에 들어온 이후에는 오늘날의 라오스 전역을 포함하여 당시 인도차이나반도 대부분을 지배한 크메르 제국의 영향권에 놓이게 되었다. 그래서 라오어와 타이어에서는 크메르어 어휘를 많이 차용하였으며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어휘 가운데도 고대 크메르어를 매개로 들어온 것이 많다.

이후에는 타이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라오어에는 타이어에서 들어온 차용어가 많아졌다. 오늘날에도 라오스에서는 타이 방송과 출판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타이어는 물론 라오어와 계통이 같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통된 어휘가 많지만 라오어와 타이어가 갈라진 이후에 타이어에서 쓰기 시작한 어휘도 이를 통해서 라오어에 많이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1893년 라오스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일부가 된 후 프랑스어 어휘도 들어왔는데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 프랑스는 베트남인들이 라오스에 이주하는 것을 장려하여 1940년대에는 이들이 비앙짠, 타캑, 팍세 등 주요 도시 인구의 과반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베트남어에서도 일부 어휘가 라오어에 들어왔다. 오늘날에는 영어에서 들어오는 어휘가 많다.

라오어의 로마자 표기

라오어 자음의 로마자 표기 비교

라오어 자모초성종성
국제 음성 기호BGN/PCGNALA-LC국제 음성 기호BGN/PCGNALA-LC
[k]k[k]k
[kʰ]kh([k])(k)
[kʰ]kh([k])(k)
[ŋ]ng[ŋ]ng
[ʨ]ch([t])(t)
[s]s([t])(t)
[s]xs([t])(t)
[ɲ]gnny[j]yi
[d]d[t]t
[t]t([t])(t)
[tʰ]th([t])(t)
[tʰ]th([t])(t)
[n]n[n]n
[b]b[p]p
[p]p([p])(p)
[pʰ]ph([p])(p)
[f]f([p])(p)
[pʰ]ph([p])(p)

라오어 모음의 로마자 표기 비교

라오어국제 음성 기호BGN/​PCGNALA-LC라오어국제 음성 기호BGN/​PCGNALA-LC
◌ະ, ◌ັ[a]aa◌າ[aː]aā
◌ິ[i]ii◌ີ[iː]iī
◌ຶ[ɯ]uư◌ື[ɯː]uư̄
◌ຸ[u]ouu◌ູ[uː]ouū
ເ◌ະ, ເ◌ັ[e]éeເ◌[eː]éē
ແ◌ະ, ແ◌ັ[ɛ]èæແ◌[ɛː]èǣ
ໂ◌ະ, ◌ົ[o]ôoໂ◌[oː]ôō
ເ◌າະ, ◌ັອ[ɔ]o ◌ໍ, ◌ອ[ɔː]oō̜
ເ◌ິະ, ເ◌ິ[ɤ]euœເ◌ີ[ɤː]euœ̄
ເ◌ັຽະ, ◌ັຽ[iə]iaiaເ◌ັຽ, ◌ຽ[iːə]iaīa
ເ◌ຶອະ, ເ◌ຶອ[ɯə]uaưaເ◌ືອ[ɯːə]uaư̄a
◌ົວະ, ◌ັວ[uə]ouaua◌ົວ, ◌ວ[uːə]ouaūa
ໄ◌, ໃ◌[aj]aiai
ເ◌ົາ[aw]aoao
◌ຳ[am]amam

라오어는 아직까지도 공식 로마자 표기법이 없다. 로마자 표기 방식으로는 미국지명위원회·영국지명위원회(BGN/PCGN)의 1966년 표기법미국도서관협회·의회도서관(ALA-LC) 표기법이 대표적이다. 여기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 한 BGN/PCGN 표기법을 쓴다. 이 표기법은 이전의 라오스 국립지명위원회(Commission nationale de toponymie) 방식을 기초로 한 것인데 [u], [uː]를 ou로 적고 [ɯ], [ɯː]를 u로 적는 등 모음의 표기에서 프랑스어식 철자의 영향을 드러낸다.

현대 라오어 철자에서는 종성 자음의 표기에 k ກ [k], ng ງ [ŋ], y ຍ [j], t ດ [t], n ນ [n], p ບ [p], m ມ [m], o/ou ວ [w]만 쓰기 때문에 발음과 글자가 일대일로 대응된다. 하지만 예전에는 타이어 철자에서처럼 다른 자음 글자도 종성 발음을 나타낼 수 있었다. 위의 표에서는 현대 철자에서 종성 표기에 쓰이지 않는 자음 글자가 종성으로 쓰일 때의 음가를 괄호 안에 나타냈다. 하지만 1975년의 철자 개혁 이전부터 이미 종성 자음은 여덟 자만 활용하는 오늘날의 방식으로 써왔기 때문에 오늘날 접할 수 있는 라오어 철자에서는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1.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타이어’를 ‘타이·카다이 어족에 속한 언어’로 정의하는데 ‘타이·카다이 어족’은 기존 용어인 Tai–Kadai languages를 번역한 것이다. 예전에 이 어족에 속하는 어군 일부를 묶어서 Kadai어파라고 불렀기 때문에 나온 명칭인데 최근에는 이 묶음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Kadai라는 명칭 자체도 폐기되었고 오늘날에는 어족을 이를 때 Kra–Dai languages라는 명칭을 많이 쓴다. ‘타이·카다이 어족’에서는 Tai를 ‘타이’로 썼지만 Tai는 타이(Thai)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따이’로 쓰는 것이 좋다. 따이어파(Tai languages)는 크라·다이어족의 주요 갈래 가운데 하나로 라오어와 타이어를 비롯하여 미얀마의 샨(Shan)어, 베트남의 따이(Tày)어, 중국·미얀마·라오스·타이 등에서 쓰이는 따이르(Tai Lü)어 등을 포함한다. Tai는 이들 언어에서 쓰는 민족명 Tai, Thai, Dai 등에서 따온 이름인데 라오어와 타이어에서는 무성 유기음 [tʰ]를 쓴 Thai ‘타이’라는 형태를 쓰지만 다른 언어에서는 무성 무기음 [t]를 쓴 Tai ‘따이’라는 형태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타이어와 구별하기 위해 어파 이름으로 정해졌다. 크라어파(Kra languages)도 크라·다이어족의 주요 갈래인데 여기에 속하는 언어에서는 무성 무기음과 무성 유기음, 유성음을 포함하는 폐쇄음의 3계열 대립이 흔하지 않으며 원시크라어도 유무성음의 2계열 대립만 있었던 것으로 재구되므로 굳이 된소리를 써서 ‘끄라어파’로 표기할 필요가 없다(Ostapirat, 2000).